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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호 2015-06-03 06:35:14, Hit : 472
Subject   나의 수학수업 이야기
중학교에 온 지 넉달째.

1차 지필평가도 끝나고 학부모 상담주간도 끝났다.
첫 시험 성적 결과에 기가 꺾인 아이들.
벌써부터 2차 지필평가를 준비하는 아이부터 수업시간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알수 없는 미소를 짓는 아이들까지 점점 다양해져가는 아이들.
학기초에는 보여지지 않던 모습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달라진 아이들의 분위기는
교사로서 뭔가 해야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학원에 의존도가 높은 아이들인데도 서술형 문제를 채점하다보니 오류 투성이다.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를 아이들의 사고과정으로 인정할까?
동료 선생님과 여러차례 논의를 했다.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이렇게 세 번의 고비가 찾아오면서
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늘어간다는 괴담은 이미 상식이 된 상황에서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학교육과정의 약 20%를 줄인 2009개정 교육과정.
하지만 학생 개개인의 수학공부에 할애된 시간은 줄어들지 않아 보였다.
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은 점점 늘어가는게 보여지고 있던 상황.

한번 수업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개별적인 도움을 주면
자기주도적인 공부가 이뤄지게 되니 수업시간에 개별지도를 하면 되고
수학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아이들은 미리 친구들과 역할을 나누어서
자신이 해야하는 부분에 대하여 준비하면서 조금씩 아는 즐거움과 자신감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방정식과 관련이 깊은 부등식 단원이니
준비에의 부담이 줄어들지 않겠는가? 일단 해보자.

조를 짰다.
1시간의 수업 내용에 대하여 조원들이 서로 논의해서 역할을 정하도록 했다.
하루에 한번은 만나서 자신의 역할을 나눠야 한다.
카톡방을 만들어서 논의해도 된다.
개념을 설명하는 아이는 명강사의 동영상을 가져와서 보여주어도 된다.
문제를 푸는데 어려우면 학생들을 시켜도 된다.
교실에 함께 앉아있는 선생님을 시켜도 된다.
형성평가를 맡은 학생은 자신이 보고 있는 문제집이나 교과서의 내용을
변형해서 준비해도 된다.
이 모든 과정을 준비하면서 도움이 필요하면 선생님께 미리 연락해야 한다.

이어진 첫번째 수업.

말이 없던 아이가 작은 소리로 수업을 시작한다.
이어지는 그 친구의 짝꿍의 소리.
"야, 칠판하고 대화하냐? 좀 크게! 안들려!"
그 말에 모든 아이들이 쥐죽은듯 조용하다.
엊그제만해도 끼리끼리 떠들던 아이들이다.
문제를 푸는 아이는 평소에 봐 둔 아이가 있었던지 지목을 한다.
"은지는 1번, 현우는 2번, 지혜는 3번을 풀고 설명해 봐"
서툰 칠판 글씨다. 부등식의 성질을 충분히 익힌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이해하고 푸는 과정에서 노력의 모습이 보인다.
설명이 끝나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박수를 친다.

빈자리 하나를 차지한 나는 하루하루 진행되는 수업에서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을 본다.
그리고 그 아이의 모습을 관찰하고 메모한다.
그리고 산만해지는 분위기를 잠시 어색한 내용으로 찬물을 얹어준다.
"얼굴에 있는 점을 빼려면 돈이 들어가.
근데 부등식에서 수직선에 범위를 나타낼 때 점을 표시할거냐, 비워둘거냐 하는건
돈이 안 들어가. 점을 넣고 안넣고는 중요하니 꼭 신경을 써라!"

1-2명 정도는 피곤한지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엎드리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설명하며 수업하던 시간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표정도 밝아졌다.

이벤트 하나가 생겼다. 수업할 조를 정하는 주사위 던지기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면 교실 한가운데 모든 아이들이 모인다.
나는 주사위를 던진다. 5의 눈이 나오자 환호성을 지른다. "답이없조다!"

이렇게 한 시간의 수업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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